초등학생을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곳은 아마 피씨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더운날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사장님 의자에 앉아서 최신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학생들이 피씨방으로 모입니다. 물론 10대 외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피씨방을 즐깁니다. 그렇다면 저에게도 이와 같이 물을 수 있겠죠.
피씨방 자주 가나요?
제 대답은 No.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게임정도나 하지 피씨방은 가지 않습니다. 예전에 몇번 프린트 할 일이 있어서 간 적은 있었습니다. 물론 옛날부터 게임을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학생들처럼 초등~고등학생 시절에는 열심히 게임을 했습니다.
대신 피씨방은 아니었고 오락실이었죠.
90년대 중,후반 오락실은 지금의 피씨방처럼 동네에 흔히 볼 수 있는 놀이 시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오락실이라는 어둡고 캄캄한 세계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었던 게임은 킹오브파이터 94. 백원으로 3명의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는 데다가 재미까지 있었죠. 이 후 94부터 98까지 열심히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99, 2000도 하긴 했지만 그때는 다른 게임을 주로 했습니다. 그건 잠시 뒤로 설명하기로 하고, 킹오브 98때 제 실력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다 랜덤으로 골라도 지지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고 많이 이기기도 했습니다. 지금봐도 정말 잘 만든 게임이고 현재는 온라인대전으로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98 이후 킹오파의 열정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그때부터 철권을 주로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철권1, 2 시절에는 정말 재미없었어요. 컴퓨터와 대전하면 킹으로 무조건 통하는 일명 얍삽이 스킬도 있었고 별로 흥미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철권 3는 할 만 하더군요. 특히 콤보를 넣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철권태그가 나왔습니다. 3까지 나왔던 캐릭터들을 2명이나 골라서 할 수 있는 충격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로 폴, 진 위주로 했었는데 어느날 우리 반의 한 녀석이 레이를 기가막히게 잘 쓰더군요. 주로 풍신류 캐릭들을 상대하다가 기술이 다양한 레이를 만나니 매번 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때부터 여러 캐릭터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상당한 연구비가 소모되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전을 두둑히 들고갔고 가벼운 몸으로 오락실을 나왔습니다. 끊임없는 R&D 투자는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레이부터 오우거, 요시미츠등 철권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풍을 많이 연습했는데 2p에서는 1p보다 잘 안나가더군요. 그래서 과감히 초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 선택한 브라이언, 브루스 콤비로 전성기를 맞이 하게 됩니다. 이 콤비는 훌륭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줬고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쳤습니다.
철권태그는 한마디로 심리학 게임입니다. 횡이동부터 시작해서 상대방과의 거리, 그리고 철권의 꽃 이지선다까지 다양한 패턴과 방법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 법을 철권태그에서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오락실이 피씨방과 다른 점은 주위에 수많은 적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철권으로 예를 들자면, 나는 철권을 하고 싶은데 누군가가 이미 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단 뒤에서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합니다. 패턴이나 전체적인 실력 분석이 끝나면 바로 도전을 합니다. 대전게임 기계의 위치는 오락실별로 상이한데 제가 1p면 바로 옆 2p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철권처럼 기계 두 대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이겼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랬듯이 새로운 적들이 뒤에서, 맞은 편에서 제 플레이를 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들어옵니다. 만약 당신이 교복을 입은 상태고 상대방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본인에게 계속 지고 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상대방은 스팀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접대모드를 해야 안전하고 건전한 게임라이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접대모드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 만큼 봐주면서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티가 나면 오히려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니던 오락실에는 학생들 외에 더 큰 형들도 자주 왔습니다. 그리고 계속 지면 반대편에서 육두문자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친구들과 함께 있다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플레이해야합니다. 시비를 걸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저는 그런경우는 없었지만 플레이가 얍삽했던 친구들 중에는 싸움이 일어날 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오락실의 세계는 예측불가하고 역동적인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피씨방이라는 새로운 흐름앞에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고 2000년대 중반쯤에는 동네에 있던 수많은 오락실들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오락실 고수라고 여겼던 저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위시한 새로운 피씨게임들에 적응하지 못했고 점차 게임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중학교 때 친구들과 피씨방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스타를 하게 되었는데 저는 잘 못하니까 빼고 하라고 했지만 숫자가 안 맞는데 받아들여질리가 없었죠. 테란을 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고 옆에서 도와주던 친구는 바쁘다고 자기꺼 하기 바빴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것 저것 열심히 지었습니다. 심시티 하냐고 욕을 엄청 먹었습니다. 그 날은 어느 팀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건 단편적인 에피소드이고 오락실 이후 피씨게임에 대한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드문드문 다른 게임들을 하곤 했지만 얼마 못 가 중단한 적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오락실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번화가나 특정 지역에 가야지만 오락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가의 차이도 느껴지는 것이 그때는 한 판에 100원이었는데 지금은 한 판에 500원, 1000원 하더군요. 이제 다시 오락실의 시대가 오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오락실시대 당시 즐겨했던 다른 게임을 소개하고 싶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In short, 브라이언, 브루스 영원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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